책을 읽어야 된다는 부담감은 바쁜 일상에 쫓기고 있는 현대인들 누구나 가지고 있을것이다. 필자는 책을 좋아하는데 사실 읽는것보다는 모으고 사는데 더 관심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읽고 싶은 욕구에 책을 사 놓고 그 책을 다 읽기도 전에 또 새로운 책이 눈에 들어오고 그렇게 자꾸만 쌓여 내 손길을 기다리는 책들이 가끔은 나를 스트레스에 짓눌리게도 한다.
그래도 늘 읽기를 게을리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데 만화가 윤태호의 신작 '오리진 : 세상 모든 것의 기원 1. 보온'은 독서의 스트레스 속에서 굉장히 쉽게 접근하고 부담감 없이 봐 순식간에 완독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게 했다.
윤태호 작가라는 이름이 가지는 무게감은 미생이나 이끼, 내부자들 등을 본 독자들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만화 원작을 보지 않고 드라마 미생 정도로 윤태호 작가를 접한 사람도 알 것이다. 그것은 작품에도 이어져 가볍게 보고 읽고 즐기지만 작가의 통찰력에 깊은 울림과 공감을 준다.
항상 교양과 지식, 상식에 목말라 있는 필자에게 윤태호 작가의 지식교양만화 '오리진' 시리즈는 만화적인 요소로 다가와 선뜻 구매하게 만들었다. 만화적인 재미와 그 사이사이 과학적 지식, 감성이 교양 만화라고는 믿기 힘들만큼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전달됨에 놀랐다. 흔히 '교양'이라고 말하는 단어를 깊이 파고들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나 또한 세상을 충분히 알만큼 안다고 생각할 때가 있지만 따져보면 내가 제대로 아는게 뭐가 있는가. 윤태호 작가의 '내러티브 교양 만화'의 탄생에 감사의 마음까지 든다.
사물, 제도, 문명, 사상 등의 기원에서 인류의 근원까지 생각하게 하는 로봇 봉투와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벌써부터 다음권을 기다리게 한다. 100권을 목표로 시작된 '오리진' 시리즈는 현재 20권까지의 주제는 정해졌다고 하며 올해안에 2권 '에티켓'과 3권 '돈'까지는 출간이 가능할 것이라고 하니 기대가 가득하다.
이 1권 '보온'은 첫 시리즈의 시작이라 순한 느낌을 준다. 등장인물들을 소개하고 주제 '보온'에 대한 이야기를 부드럽고 가볍게 전달한다. '보온'편은 우주와 사피엔스의 기원을 역사적 설명은 물론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의미까지, 마치 로봇 5~6살짜리 수준의 지능을 가진 '봉투'가 학습을 통해 '교양'과 '기원'을 배우며 성장하듯이 이 만화도 굉장히 낮은 수준에서 시작한다. '오리진' 시리즈는 [저스툰]이라는 웹툰/웹소설 플랫폼에 매주 금요일 연재되고 있는데 만화는 동일하지만 책의 마지막 부분에 수록된 지식파일(저스툰에서는 오리진 지식 카드)는 책과 다르다.
책을 보신 분들도 웹툰을 꼭 확인해 보길 바란다. 오늘 하루는 사은품으로 받은 봉투 조립으로 마무리해야겠다.ㅎ